백화점이라는 공간은 나에게 늘 어색했다.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 성인이 되기 전, 그러니까 20세 이전에는 백화점을 갔던 기억이 없다. (어느 목적지와 백화점이 연결되어 있거나 그런 경우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백화점이라는 장소를 목적지로 삼아서 갔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어린 시절 그렇게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지 않은 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근검절약이 몸에 밴 부모님 밑에서 백화점이라는 공간은 일종의 명품같은 것들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쉽게 다가가기 힘든. 어쩌다가 옷을 살 일이 있더라도 옷은 당연히 시장같은 곳에서 구매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뭐 시작에서 마구잡이로 산다기보다는 시장 쪽으로 가다보면 늘 준메이커급의 옷가게들이 있었고 그런 장소들을 주로 들어갔다.

성인이 되어서야 백화점이 그렇게까지 거창한 공간이 아니라는 경험적 자각을 했지만 그렇더라도 그 공간자체는 언제나 나에게 약간의 거북함을 남겨주었다. 약속장소로 푸드코트 등이나 입점해있는 카페를 갈 경우도 있고, 데이트코스로 유명한 음식점을 갈 때도 있었지만 무의식에 새겨진 그 거북함은 언제나 감각 속 어느 부분을 맴돌았다.

사람의 감각 속에서 어릴 적에 차지한 부분은 당연히 클 것이다. 어떤 부분은 성장에 맞추어서 사회적 보통사람의 기준을 충족하겠지만 개인마다 어느 부분은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상태로 어른이 되어버린다. 사회에 어울려서 살아가려면 조금씩 그 부분을 보통사람의 기준까지 끌어올리거나 그 어색함을 차츰 없애버리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혹은 나처럼 그 평균을 맞추기를 포기하고 약간 어색한 사람으로 살아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