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챙기지 않고 출근을 했었는데 역에서 내린 순간에 딱 비가 폭풍처럼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집까지는 10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육교에서 멍하니 비오는 걸 바라보고 있는데 뭔가 걱정보다는 재밌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시원하게 쏟아지다니 속 시원하다 이런 느낌? 하늘도 화나는 일이 꽤 있었나보네? 괜히 하늘이 우아아아 하면서 소리지르는 기분이었달까요. 외국에 있을 때는 그냥 미친 척 하면서 (실제로 거기서는 별로 미친 걸로 보지는 않았지만) 웃으면서 집까지 걸어가곤 했는데 한국에서는 괜히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볼 것 같아서 (그다지 상관은 없지만) 얌전히 우산을 하나 사서 쓰고 걸어갔어요.

어찌나 거세게 오던지 막상 집에 도착한 순간에는 우산을 쓰나 안 쓰나 큰 상관이 없었던 몰골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옷을 빨면 된다고 생각하니 사실 별 거 아닌 헤프닝이었죠. 일상을 맞이하는 감각도 사실 이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건 사실 고민거리가 아닙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들이 많지만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스트레스 받기 보다는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부터 구분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받지 맙시다. 

최근에 전자상거래 쪽에서 큰 이슈가 있었고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제가 자세하게 아는 부분이 아닌지라 뭐라 이야기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냥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너무 당연히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런 흐름을 아예 무시하면 시대에 도태되는 삶을 살게 되겠죠. 너무 당연하게 이뤄지는 것들이니까요. 인터넷 쇼핑이라던가 간단하게는 은행앱을 통한 계좌이체도 그렇지요.

뜬금없지만 그럴때마다 밭에서 재배하는 작물 등을 저는 떠올립니다.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물을 주고,,, 시간이 지나서 서서히 원하는 형태를 드러내는 그런 작물말이에요. 완전히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떤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나타나는 것들을 볼 때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집니다. 아직 내가 발을 딛고 대지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언젠가 전쟁이라던가(유감스럽게도 제가 mbti가 n인지라...) 어떤 계기로 인해서 전산과 인터넷이 마비가 된다면 우리는 얼마나 당황하게 될까요. 그럴 때는 우리는 무엇을 의지하며 순간들을 견뎌야 할까요. 뜬금없게도 이런 생각들을 이어가다보면 삶에서 꼭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물들을 어떤 브랜드나 추상적인 가치보다는 직접적인 가치를 우선생각하게 됩니다. 자동차가 외제차냐 국산차냐 보다는 짐이 많이 실리는지 연료를 쉽게 보충할 수 있는지 그런 것들입니다.

옷가지 등도 마찬가지구요. 눈에 보이는 것들, 그리고 내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게 미니멀리즘의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여러분도 한번 쯤은 주변을 둘러볼 때 그런 방식으로 사물을 재평가해보는 건 어떨까요. (다 버리지는 말구요. 아직은 그런 세상이 도래하지 않았으니) 오늘은 그저 이런 질문을 여러분에도 전해보고 싶었습니다.

타인의 관점이 아닌 개인의 관점에서, 유쾌한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