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감정과 생각을 상상하는
주말에 홍대와 합정 부근을 거닐었습니다. 취미라고 하면 좀 이상하지만 스쳐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얼굴을 보고 어떤 감정일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유추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빤히 보면 당연히 실례겠지요 그저 앞만보며 스쳐갑니다) 거기에 옷차림까지 더한다면 아마 분명 어떤 비언어적 메세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홍대 인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메세지가 있는 장소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던 중 한창 웨딩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도 마주했습니다. 영화 속 교회의 계단 같은 곳에서 중턱 즈음에 신랑 신부가 마주보고 서 있고 계단 아래에서 사진작가가 다양한 포즈를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장면들은 스쳐지나갔지만 그 순간은 가만히 멈춰서서 바라보았습니다. 물론 굉장히 아름다운 장면과 사람들이었습니다. 신랑과 신부가 그 날 하루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진정으로 궁금했던 건 그 사람들의 표정이었습니다. 어떤 감정을 가지고 생각을 하고 있을지요. 행복할까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쭈욱 이어질까요.
삶에 있어서 왠만하면 다 직접 경험해보고 느껴보자는 주의지만 결혼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신중하고 싶습니다. (일단 혼자만 어떤 생각을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만요) 나이가 적령기이거나 그 시기를 살짝 넘긴 시점이라 그런지 유독 주변에서 관련한 권유를 많이 받습니다. 재밌게도 결혼 후에 어떤지를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엄청 밝은 표정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유의 이유를 물어보면 '남들도 다 하는데, 안 하면 이상하니까' , '그저 시기가 맞아서' , '나중에 외로울까봐' 등등의 이유를 말합니다.
아직까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이유는 위의 이유들만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안해 본 경험이기 때문에 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런 류의 도전은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나에게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미치기 때문에 더 어렵지요. 어떤 시도의 결과가 나에게만 미친다면 과감할 수 있지만 타인에게까지 미친다면 좀 더 신중해야지요.
결혼한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결혼할 건지에 대해서 물었을 때 흔쾌히 그러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생각이 좀 바뀌겠지요. 아직까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습니다. (다시 결혼하겠다는 사람은 종종 있지만 다들 좀 더 인생을 즐기다 하고 싶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아래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주례를 섰을 때 했던 말을 기록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