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새벽에 일찍 일어나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보통은 몽롱한 상태라서 금방 다시 잠들곤 하는데 유독 선명하게 유지되는 날이면 조용히 음악을 틉니다. 그런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은 '초승'님의 '초승달'이라는 곡이에요.

은은한 목소리가 적막한 새벽을 타고 울려퍼지면 마음 속에 어떤 고요한 울림이 깃들어요. 가만히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다보면 제게 있어 음악의 존재 의의를 찾곤 합니다. 음악을 듣는다거나 공연을 보곤 하는게 삶의 문제들을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순간에 음악을 듣고 있는 나를 자각하게 해줍니다. 누군가에게는 휴식, 누군가에게는 위로일테고 저에게는 일종의 실존이랄까요.

그 사람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만큼 그 사람의 취향을 온전히 반영하는 것이 있을까싶어요. 누군가와 취미가 겹치거나 읽고 있는 책의 취향이 겹치는 등도 물론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친밀감을 느끼는 큰 부분이 되지만 음악적인 취향(이왕이면 조금 마이너한 느낌이라면 더더욱)이 겹친다면 굳이 대화가 더 필요할까요. 그 취향을 인지하는 순간만으로도 이 사람을 연상할 때 웃음이 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