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사를 잘 마친 잭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신지요.

요 며칠 사이에 폭설도 내리고 그 와중에 이사를 하고 다사다난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알게모르게 '많은 짐들을 추가하는 삶을 살고 있구나' 정도 입니다. 분명히 1년 하고도 반년 정도 전인가, 서울을 올라올 때만 하더라도 제 차 하나에 모든 짐을 싣고 올라올 수 있었는데...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여기저기 숨어있던 모든 짐들을 들어내보니 왠걸 배가 넘는 짐들이 추가되어 있었습니다.

웃기는 점은 제가 이사하는 당일까지도 그 부분에 대해 큰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던 점입니다. 당연히 이사하고 구매한 침대나 책상같이 부피가 큰 짐 때문에 작은 트럭 한대를 빌리긴 했지만 저는 말 그대로 그 부피들 때문에 이 트럭을 빌린 것이지 제 짐이 그 트럭을 가득 채울거라고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지요.

간신히 그 트럭 안에 모든 짐들을 꾸역꾸역 넣고나서야 아니, 그 전날 밤에 퇴근하고나서 금방 끝낼 줄 알았던 짐싸기가 어느순간부터 끝나지 않고 있다는 걸 자각한 순간에야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 생활이 길어짐에 따라서 어느순간부터 가볍게 산다는 제 신조가 흐려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삶에서 정작 필요한 생필품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깨달은 외국생활 중에, 늘 캐리어 하나와 배낭 하나만으로 이사를 다니던 그 순간에 정했던 '가볍게 살다가, 홀연히 떠나자' 라는 생각을 마음에 담고 살았었는데... 어쩌면 삶의 무게라는 건 눈으로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짐이 많아질수록 그 무게가 무의식중에 우리 안에 체중으로 자리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사를 하고 정리정돈을 마친 지금, 그 때의 마음을 다시 새겨봅니다. 실제의 짐이든 마음의 짐이든 다시금 하나씩 비워내서 가볍고 홀연한 삶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그렇게 생각하면 때때로의 이사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시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