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물을 주고받고 싶습니까?
처음 외국을 나갈 때 크게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는, 외국에서 사귀게 되는 친구들에게 '무엇을 선물해줄 것인가' 였다. 지금이라면 그런 것 쯤은 준비해가지도 않았겠지만 그 당시의 나는 아직 누군지도 정해지지 않은 인연들을 위해서 그런 선물도 고민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바리스타 혹은 바텐더로 일을 할 예정이었기에 교류하는 친구들은 비슷한 업종의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음료 쪽으로 관심이 있을 거라고 단정지었다. 거기에 한국에서만 찾을 수 있는 어떤 것을 고민했다. 지금에서 생각해보아도 그렇게 한정지을 경우 적절한 물건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렇게 고민해서 고른 물건이 '오설록 현미녹차' 였다. 어떤가 그럴듯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는지.
결과만을 이야기하면 반응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일단 교류하게 되는 친구들이 그다지 비슷한 업계의 친구들이 아니었던 점. 외국에서 녹차 종류의 차는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 심지어 차를 즐기는 사람도 대부분 티백으로 된 제품을 고르지 찻잎을 별도의 거름망을 이용해서 거르는 번거로운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 등등이 있었다.
이상적인 선물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내가 주고싶은 것(혹은 줄 수 있는 것, 금전적인 부분도 무시하지 못하니까)과 상대방이 받고싶은 것을 적절히 가늠해서 교집합을 찾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현지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방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점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지 않을까싶다.
반대로 한국의 지인들에게 보내는 선물은 언제 다시 해외로 나가더라도 추천하고픈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현지에서 손으로 쓴 엽서다. 해외의 도시에 살다보면 지역 명소들이 프린팅된 엽서를 항상 구매할 수 있는데 거기에 정성을 담아서 손으로 편지를 쓰고 현지의 우체국을 통해서 국제우편을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편지는 현지를 담고 나의 정성도 담고 국제우편 직인도 찍힌 세계에서 하나 뿐인 엽서가 된다. (국제우편이라 일반적인 우편보다는 조금 비싸고 종종 어딘가로 분실되기도 하지만)
해외를 처음 다녀올 때 사들고 왔던 현지의 먹거리나 한국에서 희귀한 물건들은 막상 그 순간에 잠깐을 제외하고는 금방 잊혀진다. 그런데 건냈던 편지는 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대방과 여전히 이야기거리로 남는다. 반대의 입장에서도 멀리 해외에서 '나'를 생각해서 보내온 편지가 더 인상깊게 남을 것 같다. 언젠가 다시 해외를 나가게 된다면 그런 엽서를 당신들에게 보내고 싶다. 그런 소식이 전해진다면 조용히 주소를 말씀해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