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하게 무언가가 기억속에 남아있는 나이가 언제쯤부터인지.

나는 중학교 즈음부터였던거 같다. 초등학생 그리고 더 이전의 시절의 기억은 지금와서는 나의 기억인지 주변의 누군가가 이야기해줘서 남게 된 기억인지 모호한 순간이 있다. 중학교 때 이후에도 모든 장면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아니다. 다만 적어도 내가 어떤 기억의 순간에 그 자리에 있었다는 자각이 든 시점이 그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그런 자각을 한 이후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흘러보내왔다. 어느 순간은 즐거웠고 어느 순간은 슬펐으며 눈물로 오랜 날을 보냈던 기억들 모두 그 순간에 내가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런데 그런 시간들을 떠올리며 이런 의문을 종종 가졌다.

'어디서부터 기억이고 어디서부터 추억이지'

흔히들 마음이 동반된다면 추억이라고 하던데, 지나온 시간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지만 유독 기억나는 부분들이 있다면 그건 중요하거나 인상깊었기 때문에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막상 그런 기억들이 되새겨보아도 감정의 동요가 없다면 그건 마음의 동반이 진행된거라 할 수 있을까.

책에서 하나의 통합된 의식을 추구하는 '달마'라는 휴머노이드가 말했다. 주인공이 명확히 대답하지 못한 것처럼 나 역시도 저 질문에 명확하게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어쩌면 얼마 전에 언급한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처럼 구성되어 있을지도..?

책 속의 이야기를 거닐다보면 '태어나지 않은 것이 낫다' , '나는 내가 알던 내가 맞는가'와 같은 명제 등 다양한 생각거리가 나온다. 소설의 장점은 누군가에게 명확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결론을 찾아가는 여정을 동행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물론 그 시간이 끝나면 그 안의 풍경과 사람들과의 작별인사를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다른 이유보다는 유난히 제목에 이끌려서 읽게 되었다. 모든 나와 관계된 것들에 작별인사를 마음에 준비하고 싶고 자주 생각한다. 그 작별의 시간은 대상의 수명이 끝난 것일수도 있을테고 나와의 관계성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은 순간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좀 더 극적인 상황이 발생해서 나의 정해진 시간이 끝난 때 일수도 있을테고. 그런 순간들에 있어 대상에 대한 작별인사를 생각하다보면 내가 의식하고 있는 이 순간 아쉬움이 남지않을 행동과 말들을 떠올릴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