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위에서 손을 뻗어 알람을 끕니다. '하루가 시작되어 버렸네..?' 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조금 더 누워있고만 싶은 마음과 무엇이라도 써 보려는 마음이 공존하다가 조용히 양심의 손을 들어줍니다. 침대 밖으로 발을 빼고 천천히 일어납니다. 어제 퇴근 후에 돌려만 놓고 널지는 못했던 빨래가 문득 생각납니다. 세탁기 쪽으로 걸어가서 약간의 세제를 추가한 후 짧은 시간 재세탁을 누릅니다. 

전기포트기의 물 양을 확인한 후 전원을 켭니다. 이전이었다면 원두커피를 갈고 무엇으로 내릴지 고민했을텐데 지금은 작은 스틱커피만을 꺼내듭니다. 뜨거운 물에 천천히 녹기 시작하는 커피가루를 봅니다. '지금은 이게 최선인 것 같아' 잠시 생각합니다. (녹이는 커피의 종류는 커피빈의 '캡틴아메리카노'라는 제품인데 스틱형 커피 중에서는 가장 선호합니다) 

컴퓨터를 켜서 가만히 커서가 깜빡이는 것을 바라봅니다. '무엇을 써야할까' 커서의 깜빡임을 지켜보는 시간이 계속 늘어납니다. 레터를  쓴다는 건 뭐랄까, 긍정적이거나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채워넣어야 할텐데 근래에는 그런 생각이나 문장이 잘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꼭 그런 종류의 이야기만을 써야하는 건 아니겠지만 일기장이 아닌 이상 푸념이나 하소연, 비판적인 시각과 생각 등을 드러내는 건 조금 우습죠.

이런 지침의 나날을 보내는 게 저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난히 혹독한 요즘 날씨 때문일수도, 눈 앞에 직면한 여러가지 일 때문일수도 있겠지요. 이 시기에 유난히 휴가를 많이 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오늘은 그저 그런 지침의 나날을 보내는 게 여러분 뿐만은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아니라면 더 좋습니다만) 저 역시도 그런 상황을 겪고 있고 여유가 있다면 멀리 가지는 못하더라도 책이나 다른 무언가로 잠시 피서를 다녀올 마음을 먹곤 합니다. 다녀올 상황이 된다면 다녀오시고 어렵다면 이 레터를 통해서라도 잠시 쉼을 느낄 수 있게 제가 스스로를 조금 더 다독여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