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의 부고를 접하고 장례식장으로 향했습니다. 평소에 교류가 없던, 그러니까 살면서 5마디 이상의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이였던지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슬픔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가는 이유에도 어떤 의무감이 더 컸죠.

도착한 후에도 역시나 슬픔보다는 남은 가족들을 위로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더 크더군요. 다만 절을 마친 후 대기실에 앉아있을 때 문득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조카뻘(가계도 상)인 아이였고 나이는 27살이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이어진 해외생활로 인해서 한국의 지인들도 거의 없는 이였습니다. 

화환과 벽면의 추모장식들이 온통 그 본인과는 관계없는 그 이의 아버지의 지인들로만 도배가 되어있더군요. 그 문구들을 하나씩 훑어보면서 정작 당사자를 아는 이는 혹은 추모하는 이는 그 공간에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사회에 어떤 관계를 형성하기에는 이른 나이이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죽음이 슬프기보다는 세상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한 그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무언가 거창한 것을 이뤄야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시간이 지나서 가족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기억하지도 떠올리지도 않는 시간이 된다면 그 사람은 살아있던 걸까요 혹은 살아있었던 걸까요.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요즘의 장례식장은 이런 분위기를 추구한다고 하더군요) 홀로 가만히 얼마 없는 그 이와의 기억들을 되새겨보았습니다. 적어도 나의 마지막 순간의 장면은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으니까요.

'나의 장례식장에는 누가 올까' 라는 책의 제목처럼 그 순간이 왔을 때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왔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생각들을 만들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