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잭입니다.

오늘은 아주 좋은 날씨입니다. 미세먼지도 없고 글을 쓰는 아침인 지금은 약간 쌀쌀하지만 낮기온은 따뜻에 가까운 날씨에요. 과거에는 이런 날씨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런 날씨를 마주하기가 쉽지 않네요. 날이 맑으면 늘 황사나 미세먼지를 걱정하게 되니까요. 아쉬운 마음만 한 가득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인과관계가 명확한 문제긴한데 우리의 힘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생각을 이어나가다보면 무력감만 더해질지도 모르겠네요.

휴일인 내일은 다시 비가 온다고 합니다. 참고하셔서 휴일 계획 세우시길 바랍니다.✨

"외부와 단절된 섬에 먹을 거랑 읽을 거 및 유희시설 다 제공되는데 외부와 연락은 할 수 없어. 3년 버티면 10억. 한다 안한다?" 대학교 다닐 때 이런 질문들이 유행했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별 생각없이 듣고 넘겼었는데 최근에 갑자기 머릿속으로 질문이 떠올랐다. 여러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꽤나 매력적인 제안이다.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들의 경조사 정도만 챙길 수 있다면. 심지어 뒤에 10억이 없더라도.

외국의 살던 시절에 교류하던 친구들은 동서양을 불구하고 각자의 향수병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자주 울었고 누군가는 매일 전화했다. 비교적 담담하더라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주기가 있었다. 나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집에 자주 연락하면서 안부를 확인하곤 했지만 그 것 외에는 핸드폰은 음악재생용이나 알람시계 이상의 기능을 소화하지 않았다. 

물질적인 것에 대한 욕망도 희미하다. 집이나 차, 옷과 같은 것들에 대한 욕구가 없다.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가도 '최소한의 기능만 수행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지금 10평 정도의 오피스텔에 살고있는데 뭐랄까, 아주 쾌적하다. 구성원이 늘어나지 않는 한 아마 죽을 때까지도 이 정도 공간이면 집에 대한 욕구가 없을 정도. 차는 박스형태의 경차를 가지고 있는데 이 것 역시 모든 공공시설에 할인도 받으며 세금도 감면된다. 아주 좋다. 그리고 서울에 지내보면 알겠지만 굳이 차가 필요하지 않다. 대중교통으로 대부분의 장소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차가 없어서 불편한 경험을 해 보았다면 우리나라 전체가 교통으로 인해서는 그다지 불편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옷이야, 나를 마주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늘 무채색 계열의 옷만 입는다. 다행히 위생감각은 있다. 여벌의 옷이 있고 매일 갈아입는다. 주로 셔츠 종류를 입는데 무채색이 주는 무난함과 셔츠가 주는 단정함 때문이다. 이런 형태의 의류 행위는 선택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서 아주 좋다.

어쩌면 조금 더 과거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느 부분에 대해서는 욕망이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음악과 책에 대해서. 원하는 음악 CD를 사거나 테이프 등을, 혹은 여기저기 음악을 들으러 다녔겠지. 책도 원하는 책을 사기 위해 이 서점 저 서점을 누비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서는 내가 듣고싶은 음악을 듣지 못하는 방법을 찾기가 더 어렵다. 책도 마찬가지.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개의치 않는 부분이 이런 욕구를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데 심지어는 알라딘 같은 업체에서는 절판된 책까지 구하거나 다시 제작해서 제공해준다.(비용은 좀 든다)

많이들 하는 오해 중에 하나가 내가 엄청나게 미식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인데 이 것 역시 답이 아니다. 평가의 기준을 들이대면 여러가지 까다로운 요소를 제시하지만 일반적으로 나는 최소한의 건강을 생각하며 아무렇게나 먹는다. 나에게 음식은 그다지 흥미로운 분야가 아니다. 내가 이것을 탐색하고 공부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싶기 때문이지 내 개인의 욕망과는 별개다.(진짜 맛이 없는 음식은 그렇지만 끔찍하다)

얼마전에 독자질문을 통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약간의 답이 되었을까. 기본적으로 욕망이 이미 충족되어 있는 사람이다. 늘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니까. 지금도 몹시 어쩌면 나태하게 노래를 듣고 책을 읽으며 뒹굴거리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요리를 하고 글을 쓰는가.

그것은 일종의 부채감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음악 스트리밍이나 책 등을 돈을 주면서 지불하기 때문에 필요없는 부채감이 아닐까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좀 더 근원적으로 어떻게 이 음악들이 나에게 왔는가. 이 책을 쓰이기 위해서 어떤 일들이 세상에 벌어졌나. 그런 것들의 이면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와 같은 것들은 단순하게 금전적인 지불만으로 끝나는 계산이 아니다. 소극적으로는 어떻게 내가 어떻게 지금 이런 환경에서 음악과 책을 즐길 수 있는가도 있을 수 있다. 이것 역시 명확한 계산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유기적으로 연결된 부분이다.

시인 에머슨이 말하지 않았나. 

이건 너무 거창하려나.

요리를 할 때면 미시적 관점에서의 이타심을 생각한다. 내 요리를 즐기는 눈 앞에 보이는 사람들의 만족감과 즐거움. 그 경험으로 조금은 더 나은 세상에 되길 바란다. 글을 쓸 때는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을 하는데 그 이유는 불특정다수에게 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의 뉴스레터는 미시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언젠가는 이 레터도 거시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이런 행위가 이루어지지 않고 마냥 음악과 책만을 즐기는 삶을 보내다보면 자주 불편함이 느껴진다. 내가 해야할 일을 다하지 못했다는 약간의 죄책감이 동반된다. 속으로 생각한다. '아, 어쩔수없군. 조금 더 세상에 빚을 갚아야해.' 마음 편히 음악과 책을 즐기기 위해서. 그러다가 어느 마지막 날이 왔을 때 더 읽고 싶은 책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도 계속 생가나니까) 더 남겨야 할 문장이 남아있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