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글작업을 할 때는 안경을 쓰고 있습니다. 시력이 나빠진 건 아닌데 시력이 나빠질수도 있겠다 싶은 그런 생각 때문에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차단되는 것으로 구해봤습니다. (요즘은 기성품도 좋은 것들이 많아서 온라인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작업을 할 때만 끼고 있어서 그런지 크게 불편한 점은 아직 느끼지 못합니다. 다만 아침에 레터를 쓰면서 내려마시는 커피의 증기가 자주 눈을 가려서 멈칫하게 됩니다. 하루종일 안경을 끼게 된다면 이런 사소한 불편들이 누적될텐데 꽤나 번거로운 생활이겠다 싶어요. 더더욱 눈관리를 잘해서 편하게 지내려는 각오를 다집니다. 잠시의 불편함을 감수해서 나머지를 편하게 보내고 싶은 그런 마음. 어쩌면 이런 사소한 방법에도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숨어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운동을 해야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잖아요. 잠깐이라도 꾸준히 하는 운동이 남은 삶의 질을 보장하듯이요.

다른 생각도 해요. 커피를 마신다는 행위가 잠깐 목을 축이려는 행위인지 아니면 잠깐 쉬어가는 행위인지. 거기에 따라서 전자면 조금 번거로울 것이고 후자면 그렇게 눈앞을 가리는 증기도 재밌게 느낄 수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이렇게 사소한 행위에도 여러가지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방해없이 이런 생각들을 이어나가는 게 좀 즐겁기도 합니다. 신기하신가요? 재밌으신가요?

오늘도 무더운 날씨와 자외선이 이어집니다. 대구는 30도를 넘어선다고하니 다들 무엇이든 대책을 세우고 밖을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봅시다. ✨

(저도 피카츄 보고 왔습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5시에 나서는 산책길은 캄캄한 새벽하늘이었다. 지금은 대낮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시선 닿는 곳 어디에도 음영이 희미하다. 그 빛의 정도에 따라서 같은 가게, 같은 간판을 지나더라도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르다.

어느 책에선가 우리는 어떤 피사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반사되는 빛을 눈에 담는 것 뿐이라고 했었는데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장소든 그 장소에 온전히 도달하려면 한순간의 모습만을 담아서는 안될지도 모른다. 처음의 경험과 다른 시간대. 다른 계절. 적어도 세 번 정도의 순간을 함께 해야만 그 장소의 본질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다.

설혹 그 모습도 본질과 차이가 있다고 해도 처음보다는 조금 더 다가설테니까.

사람도 장소와 같다. 첫인상이 누군가에게 가까이 갈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게 그 사람의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다른 시간, 다른 상황에서 그 사람을 마주할 때 그 사람의 본질에 더 다가갈 수 있다. 반복되는 만남에 더 실망할수도 호감을 느낄수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표현은 어색하다. 그런 상황은 스스로가 대상을 첫인상의 어떤 프레임 속에 가둬두었기 때문에 발생한다.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레임을 놓아야 한다. 그리고 천천히 본질에 다가가자. 비록 본질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가까워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