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잭입니다.

날씨가 쾌청한 주말이었습니다.

저는 설렁설렁 동네를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산책로를 따라서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여럿 피어있더라구요. 나들이를 나온 사람이나 산책 중인 사람 모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지나치는데 괜히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냥 동네이기도 하고 흔한 산책로이지만 꽃들을 보고 가만히 감상할 수 있는 순간이 좋았습니다. 온전히 이 자리에 존재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경산에서 가게를 운영할 때도 학교나 남매지에 이렇게 이름모를 꽃들이 많이 피고 졌었는데 그 때는 뭐가 그리 바빴는지 멍하니 감상할 여유를 못 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 순간이 후회된다거나 그러지는 않지만요. 나에게 말하거나 내가 말하지 않아도 되는 대상과 마주할 때 조금 더 나라는 정체성이 정돈되는 것 같습니다. 꽃을 감상하는 것도 그렇고 책을 보는 것 혹은 영화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겠죠. 

바쁘더라도 사는 집 근처나 직장 근처를 오가며 잠시 멍 때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는 현대에서 딱히 돈 들거나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내일은 남부지방에 꾸준히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작은 우산이라도 늘 챙겨다녀서 비 맞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글을 쓸 때면 누군가를 위해서 쓰는 글인지를 자주 생각한다. 막연하게 내가 아는 걸 다 쓰게 되면 나는 만족할 지 모르지만 막상 독자의 입장에서는 너무 날뛰는 글을 접하게 된다. 어떤 부분은 쉬울 수 있지만 어떤 부분은 전문가 혹은 특정 경험이 있는 누군가만 이해하게 되는 그런 글들 말이다.

시중에 있는 수많은 커피책들은 단순하게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다소 불친절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자 스스로의 지식을 그저 늘어놓는 경우도 있고 해외책을 번역해서 모든 말이 번역체로 전개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전문가를 위해서 쓰여서 일반인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이 책은 커피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있거나 알고 싶어하는 사람 조금 더 나아가서 주변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아는 척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 쓰였다. 커피전문가를 위해서 쓰이지는 않았다. 그런 사람들이 읽을 만한 책들은 이미 서점에 많다. 내가 그런 정도의 책을 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그런 책들 사이에 굳이 내 책을 끼워 넣고 싶지는 않다.

돌아보면 지나왔던 커피전문점만 다섯손가락 이상이다. 그 중에는 전국에 퍼져 있는 대기업 형태의 커피전문점도 많고 지역의 작은 커피전문점도 있었다. 나아가서 외국에서도 지역의 작은 카페에서 그리고 외국 전역에 퍼져 있는 전문점에서도 일했다. 그 경험들이 각 가게에서는 어떻게 커피를 교육하는지, 처음으로 들어오면 어느 정도의 커피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등등을 인식할 수 있게 해주었다. 때때로는 교육을 받기도 하고 반대로 교육을 하기도 했다.

바리스타라는 호칭으로 처음 불린 지 10년은 훌쩍 넘었다. 그 사이에 읽어낸 책들만 수십권은 넘는다. 그 대부분의 책들이 커피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

"에티오피아에 칼디라는 양치기가 있었는데... 어쩌구 저쩌구"

이런 역사적 부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딱히 궁금해 하지는 않는다. 개인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커피에 대해서 여러가지 질문을 받고 거기에 대한 답변을 많이 했었지만 커피의 역사에 대해서 묻는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한 명도 없었다.

가급적 책을 읽고 바로 옆 사람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내용만을 담았다. 더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있어도 최대한 자제하면서 썼다. 디테일을 다뤄야하는 건 전문가 즉 바리스타의 영역이지 일반인의 영역이 아니다. 내용을 읽고 더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책 말미에 추천하는 책들을 참고하면 된다. 그런 책들을 직접 찾아내서 읽는 순간 전문가의 영역에 한 발 내딛는 것이다.

이 책을 살펴보거나 집어들거나 이미 구매했다면 커피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 커피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 커피를 어떤 이상을 가지고 추구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는 시험을 공부하기 위한 각성제에 불과할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카페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시키는 최소한의 음료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모든 이유가 다 괜찮다. 커피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어떤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다.

커피도 이 책에 나오는 여러가지 이야기도 결국에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누군가와 가볍게 나눌 수 있는 대화거리가 되어도 좋다. 비싼 커피라도 별 감흥 없이 마실수도 있고 대단한 바리스타라고해도 마침 꽃가루 알러지가 심하거나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처참한 커피를 접할 수도 있다. 반대로 유난히 그날 기분이 좋고 카페 분위기마저 좋다면 무난한 원두라도 최고의 커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