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를 쓰고나서부터 일기예보를 매일 확인합니다. 아무말도 떠오르지 않을 때 가장 적절한 내용이 날씨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요. 어째서 날씨 이야기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어떤 이야기도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기는 쉽지 않잖아요. 성별도 다르고 나이, 취향 등 모두가 다르다보니 특정하게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를 제외하고는 전혀 관심없는 내용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더라도 날씨는 당신과 나 사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부분이니까 부담이 덜하죠. 

안읽어도 그만이지만 읽으면 적어도 오늘 날씨에 대한 대비 정도는 할 수 있을테지요. 다만 내일같은 날씨는 좀 난감합니다. 일기예보를 보고 해석하다보면 소나기가 올 수도 있고 안 올수도 있고 이 지역에 올수도 있고 안올수도 있다 라고하는데... 그 외의 지역에서는 자외선지수가 강하고 30도에 육박하는 고온이라고 해요. 음... 바람이 조금만 바뀌어도 그 지역이 저 지역이 되는 상황에서 어떤 대비를 하라고 해야할지... 이럴 때 필요한 게 양산일까요.

"어떤 책도 어떤 영화도 제작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하더라도 그 손을 떠나 세상에 공개된 순간 더 이상 제작자의 의도에 한계지어지지 않는다."

여러가지 수상을 많이 한 영화라서 어떤 기대같은 것을 가지고 보았다. 보고나서는 딱히 그 정도의 감동은 없었다. 책도 그렇고 영화도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기준을 두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어떤 형태의 미디어든 가치는 상대적일테고 그 가치는 유동적으로 변하니까. 실제로 과거에는 너무 별로였던 책도 지금에 와서 인생책이라고 꼽는 것들도 몇 권 있다. 

그래서 이런 영화를 보더라도 별로라고 쉽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지금의 나와 닿지 않았다. 정도로 생각하고 만다. 미래의 나와 닿을 수도 있고 혹은 과거의 나와 닿을 수도 있었다는 그런 생각들.

영화 속에서 대부분의 인물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외국인들의 사고방식이라 이해가 가지 않는 건지 내가 타인을 이해하기 힘들어진 건지 헷갈릴정도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달까. 그나마 조지클루니가 좀 답답하게 굴긴 해도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해야할 일들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 공감이 되었다.

레터에 쓰기 위해서 영화를 본 감이 없잖아 있는데 이 정도라면 사실 쓸 이유가 없긴 하다. 다만 작가의 의무라면 쓸 이유가 없음으로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앞선 이야기들을 생각해보았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고를 때 영화 줄거리에 대해 가볍게 언급한 문구들을 보고 주로 고르게 되는데 조금 더 무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시도했던 영화들 대부분은 이 설명과는 무관한 방식으로 나에게 읽혔다. 그 설명에 따라 예측했던 영화의 내용이 틀리는 경우는 잘 없긴 했지만 그 설명만으로는 영화의 여러가지 줄기 중에 하나만을 유추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장님이 코끼리 다리만을 만지고 코끼리의 생김새를 묘사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결국 직접 보아야 온전한 하나의 견해를 형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