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되는 화요일입니다. 지역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많이 온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강풍도 동반된다고 하니 튼튼한 우산을 챙기면 좋겠네요. 우산을 하늘을 향해 들기보다는 가로로 들어야 될지도 모르겠네요.

예전에는 맛있는 음식점이나 카페 등을 찾는데 꽤 집중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장소에 큰 흥미가 생기지 않네요. 어떤 식이든 다 비슷비슷한 맛인 것 같고 더불어 요즘은 어디를 가든 가격이 비싸서 경제적 부담도 크구요. 앞으로는 도서관이나 전시장 등을 돌아다녀보려고 합니다. 이왕이면 무료인 곳으로요.

그러던 와중에 찾은 곳이 '서울청년센터'라는 곳입니다. 서울에 각 구마다 하나씩 있습니다. 굉장히 자유로운 공간이었는데요. 어르신들에게 '양로원'이 있다면 청년들에게는 '서울청년센터'가 있다는 느낌이었달까요. 공간에는 자유롭게 취사가 가능한 시설이 구비되어있고 휴식공간, 회의실, 공부 및 독서공간 등이 깔끔하게 갖춰져 있었습니다. 무료이용에 별도로 자격도 없습니다.

각 장소마다 관리인이 머물고 있어서 무분별하게 사용이 되지도 않으며 쾌적하게 유지가 되어 있어요. 커피나 물 등도 공짜로 자유롭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시설이라면 주말에는 아무래도 자리가 없을 수도 있었을텐데 평일에 가서 그런지 여유 자리도 많고 편하게 휴식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일지도 모르겠네요. 시설 자체에서 심리 상담이나 진로 상담 등의 이벤트도 자주 병행하기 때문에 더더욱 도움이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대구에 있을 때는 청년을 위한 이런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제가 안 찾아본 걸수도 있지만) 서울에서 생활하다보니 확실히 이런 시설이나 문화공간이 지역에 비해서 월등히 많다는 느낌을 받아요. 어쩌면 사람들이 서울로 몰리는 이유가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떤 게 선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몰려서 생긴 건지, 이런 시설이 있어서 사람들이 몰리는건지)

아무튼 저는 오늘 금천구에 있는 '서울청년센터'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굳이 이것 때문에 서울에 올 필요는 없겠지만 서울에 한동안 머무를 일이 있다면 들려보는 걸 추천합니다.

내가 어떤 직업으로 평생을 살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나는 살면서 선택한 직업들이 꽤 여럿이었고 지금에 와서 평생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직업은 작가와 쉐프이다. 최초의 어떤 직업들을 선택할 때는 꽤나 다양한 이유들과 가벼운 마음들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몇가지 기준을 적용하게 되었다.

첫째는 세계 어디를 가든 이 직업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했다. 일반 사무직이 직업이라면 낯선 나라에서 새롭게 정착하기는 쉽지 않고 어떤 전문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그 마저도 그 나라의 법률을 새로 익힌다던가, 시험을 새로 친다던가 하는 부수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둘째는 어느 척박한 땅이라도 필요한 직업이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어떤 고연봉의 사무직들은 사막이나 북극, 남극에서는 그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생존에 직결되지는 않기에. 

셋째는 과학이 발달하더라도 쉽게 대체되지않고 계속해서 필요로 하는 직업일 것.

두가지 직업이 세가지에 모두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직업을 함께 가진다면 세가지 요소를 어느정도는 고르게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이와같은 기준을 세우고 나서부터는 어떤 책을 읽든 어떤 소설을 읽든 그 세계관 속에서 내가 들어가더라도 어떻게든 생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자신감이 없어졌다. 

화성... 그것도 타인이 없는 홀로 남은 행성에서 제한된 식량을 가지고는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까. 여러가지 평행우주가 있고 같은 환경의 다른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라면 이 이야기는 영화화되지 못했을 것이다. 구조가 되기도 전에 굶어죽었을테니까.

근데 우연하게도(?) 주인공은 식물학자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영화화 될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식량인 감자를, 화성에서 재배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재배하는 방식으로. 보면서도 놀라웠달까. 내가 쉐프를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는 어느 날 무인도에 떨어진다고 해도(?) 낚시나 그 섬의 자원을 활용하면 어떻게든 먹을 수 있는 것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는데(왜 그런 생각까지 하느냐고 묻는다면 명쾌하게 대답할 수는 없지만...) 화성에서는 도저히 가망이 없달까.

우습게도 영화를 보면서 식물학을 더 공부해야 하나, 식품공학적인 지식을 갖추면 나도 저기서 살 방법을 마련할 수 있지않을까라는 생각을 이어갔다.

 

영화 속 풍경은 고요했다. 하나의 행성에 유일한 생명체라는 감각. 어떤 기분일까. 짙은 주황빛의 사막이 널리 펼쳐져있고 멀리서는 회오리 바람만이 그 행성에 대기가 있다는 걸 증명했다. 한국에서는 누리기 힘들지만 외국에 있을 때는 낯선 섬에 늦게까지 남거나 인적이 거의 다니지 않은 해변을 밤에 홀러 누워있던 적이 종종 있었다. 세상에 오로지 나만이 존재하는 기분. 그 때의 기분은 고독했으나 그럭저럭 견딜만 했고 어쩌면 편안함마저 느꼈다. 

그럼에도 화성에서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나의 고독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야한다는, 돌아갈 수 있다는 환경에서의 감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먹을 것이 마련되고 약간의 여흥거리가 있다고 해도 그 존재가 다시 어떤 사회로 돌아갈 수 없다면 그 존재는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어쩌면 나라면, 고통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어떤 방법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도 끝내 지구와의 교신이 성공하지 않았더라면,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동명의 책이 원작인 영화인데 책과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한다. 동명의 책을 읽고 영화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여백을 채워봐야겠다.

생존에 관련된 영화이긴 하지만 극도로 스트레스 받는 부분은 없으며, 어떻게 생각하면 살짝 가볍고 헐리우드적으로 화려하면서도 편한 마무리로 끝맺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