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자가출판이 비교적 쉬워지면서 다양한 장르의 도서들이 생겨난다. 그만큼 모든 책들이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대다수를 위한 책이 아닌 특정 대상을 기준으로 책을 쓰기가 그만큼 용이하고 그 소비자도 대다수를 위한책에서 본인의 니즈를 찾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쉽게 본인이 원하는 내용의 책을 찾을 수 있는 시대이다.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귀촌에 대해서 다루는 책이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귀농이 아닌 귀촌. 다른 의미냐고 묻는다면 귀촌이 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귀촌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분명 귀농이 들어있지만 농촌에 들어간다고 해서 반드시 농사를 지을필요가 없어진 현대사회에 모든 개인의 일을 컴퓨터로 해결하는 프리랜서 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에서의 사무직, 서비스직 기타 직업들도 귀촌에 포함이 된다.

더 나아가서 저자의 경험담과 세계관을 기반으로 둔 책이기에 남성보다는 여성이 겪어야 하는 귀촌생활의 어려움과 고민점, 해결점 등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용이한 책이다. 아무리 사회가 발전하더라도 여전히 사람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떠나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추가되는 어려움들은 만연하며 거기에 대한 다양한 방안들은 흡수하고 나아가 연대해서 여성이라서 겪는 문제점이 아닌 사람이라서 겪는 문제점으로 변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출근길 지하철을 타지 않을 수 있다면, 지하철이 한강을 건널 때나 볼 수 있던 강과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다면, 덜 힘들게 일하면서도 생활을 유지할 만한 벌이를 할 수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만했다."

"지금까지 전혀 관심이 없던 분야의 일이 시골에 왔다고 운명처럼 짠 나타나지도 않았다. 전부터 내 안에 있던 것들이 걸맞은 환경을 만나 싹을 띄운 쪽에 가깝다."

"도시라서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많은 일은 사실 도시여서가 아니라 내가 나여서 불가능했던 것이다."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나는 '나'일 뿐이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귀촌을 한 게 아니었다.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나는 '나'일 뿐이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귀촌을 한게 아니었다. 나답지 않게 만드는 환경을 피할 수 있는 쪽으로, 내가 원하는 곳으로 조금씩 방향을 틀었더니 지금 여기다."

그럼에도 여자 혼자 귀촌해도 괜찮을까? 그런데 '귀촌' 대신에 어떤 말을 넣어도 비슷한 의심이 든다. 여행해도, 이사해도, 운전해도, 식당에 가도 괜찮을까.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어디서 무엇을 해도 괜찮지 않다. 길에서 아무 이유 없이 여자들이 폭력을 당하고 집에서 숨만 쉬어도 위험한 일투성이다. 그렇다고 점점 생활 반경을 축소시키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채로 살아간다면 안전해질까. 위험 요소는 사라지지 않았는데 두려움을 느낀 여성들이 그것들을 잘 피할 수만 있다면 괜찮은 걸까. 눈에 보이는 위험 속으로 걸어가라는 말이 아니다. 세상이 여성에게 차별적이고 도시 아닌 곳은 그 차별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더 강하게 작동하기도 하지만, 사라져야 하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사회 전체가 위험을 제거하는 쪽으로 노력해야지 개인이 조심하고 노력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