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잭입니다.

레터의 시작으로 언제나 날씨에 대해서 언급하곤 하는데 아마 한동안은 다른 내용을 전달하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장마전선의 영향아래 비가 왔다 안왔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일기예보만 믿고 이 지역은 안 오겠지 라고 생각하다가 바람이나 뭐 대기의 방향 때문에 비오던 지역이 바뀔 수도 있구요. 한동안은 늘 우산을 챙겨 다니도록 합시다.

매일 뉴스를 볼 때마다 비극적인 내용들만 가득합니다. 개인에게 좋은 일들이 있더라도 뉴스처럼 이슈가 필요한 곳에서는 비극이 주목을 끌 수 밖에 없겠죠. 근래에는 유독 자동차 돌진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많습니다. 시청역 앞에서 일어난 비극을 이후로 유사 사고가 계속 보도가 됩니다. 기존에도 계속 있었는데 기존에는 다른 뉴스에 밀려 이슈화까지는 되지 않았던건지 유독 그와같은 사고가 많이 나옵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우리가 무의식으로 인식한 어떤 뉴스가 저마다의 심리 기저에서 작동하는 걸까요. 아니면 어떤 날씨나 순간이 비슷한 생각과 상황으로 사람을 이끄는 걸까요. 가게를 운영할 때면 일주일에 한두번 나갈까말까 하던 메뉴가 어느날은 하루에 10건도 넘게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와 비슷한 걸까요.

답을 알 수 없지만 의식적으로라도 그런 생각이나 상황으로 연결되지 않는 긍정적이거나 평화로운 무언가를 바라보고 평정을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여행자는 어느 순간 스스로 오만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스스로 고민하고 고생한 여행자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해지는데 이는 내가 경험한 여행이 가장 가치가 있다는 주의로 흘러간다. 그런 자신감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 자신감이 타인의 여행을 좌우하거나 평가절하할 때는 나쁘다. 어쩌면 나 역시도 그런 순간들을 지나쳐왔는지도 모른다.

나의 여행은 유명관광지에 있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홍대병이랄까(남이 하는 건 하지 않는 무슨 그런 유형을 일컫는다) 유명관광지는 가지 않고 다수가 잘 가지 않는 곳들을 걸어다니며 어떤 가치들을 부여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곤 했다. (물론 여전히 그 순간들은 가치가 있다) 그런데 그 시간들이 지나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할 때면 '이런 여행이 진짜 여행이지'라는 느낌으로 이야기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했다. 

그럼 어떤 여행이 좋은 여행인가. 당연히 그런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굳이 뻔한 이야기를 하자면 스스로에게 좋은 여행이 좋은 여행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여행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한다. 혹은 아직 잘 모른다면 여행지에서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들을 잘 찾아헤매야 한다.

그럼에도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자면 체력과 돈이 아닐까. 이 기준은 다시 젊은 시절과 중년, 노년의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젊은 시절에는 체력은 넘치지만 돈은 모자라다.(일반적이라면) 그렇기 때문에 저렴한 숙소, 저렴한 식사 등을 찾으며 여행을 이어갈 수 밖에 없다. 이 시기에 여행을 다닌다면 화려한 무엇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들을 찾는 여행이라면 족하다. 대자연이나 미술관, 박물관 등의 전시작품들은 적은 비용으로 얻을 수 있는 그런 가치들이다. 이 가치는 돈이 많고 적음으로 접하는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기에 중년이나 노년에 다시 방문하더라도, 방문하는 내가 달라질지언정 대상은 그대로이다. 

중년이나 노년으로 갈수록 체력은 감소하지만 자금은 여유가 생긴다. (이것 역시 일반적으로...) 이럴 때 젊을 적 여행을 떠올리며 게스트 하우스를 숙소로 잡거나 도보로 모든 여행을 다닌다면 건강이 상하거나 경험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게 된다. 이런 시기에는 괜찮은 숙소나 음식, 교통수단 등을 경험해보는 여행을 추천한다. 젊을 적 격한 여행을 한 사람은 호텔이나 비싼 레스토랑 등은 허영이고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게스트하우스나 모텔 등을 전전하며 여행한 사람은 호텔이 주는 경험과 감각을 가질 수 없다. 그 사람의 경험과 생각 속에서 숙소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시작해 모텔로 끝날 뿐이다. 같은 시설에서 어떤 경험을 더 누릴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미지의 영역인 셈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길거리 음식 등이 현지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식사라고는 하지만 어느 수준의 레스토랑 이상으로 가지 않으면 그 나라의 음식에 대한 깊이를 느끼기는 어렵다. 

삶이 컴퓨터 게임과 같다면 능력 등이 수치로 표현되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이면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다... 로 명쾌하게 구분할 수 있겠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본인의 체력과 여유는 현지에 가보아야만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지금 내가 가능한 체력과 여유를 가늠해보고 거기에 맞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해나가면 될 일이다.

나 역시 20대 때의 여행 중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며 또래의 청춘들과 어울리고 함께 여행 다니는 등의 경험을 했다. 그런데 30대 때 비슷한 경험을 토대로 숙소를 잡고 청춘들과 어울리다보니 과거와는 다르게 즐겁지 않고 금방 지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 자각이 있은 후로는 비싼 호텔까지는 아니더라도 게스트하우스의 단독룸이나 에어비앤비의 단독숙소, 저렴한 호텔 등을 이용했다. 나에게 필요한 건 하루의 여행 후 그 여행을 온전히 되새김질 할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아마 다음에 떠나는 여행은 또 다른 선택지를 가지지 않을까. 이왕이면 그 장소에서만 머무를 수 있는 특색있는 숙소나 음식 등을 추구할 것 같다.

이렇게 조율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가 원하는 것, 스스로를 찾아가는 활동 등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보다 나 자신을 잘 이해하게 된다. 이런 조율의 과정이 여행의 이유가 아닐까.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찾는 행위는 거창한 철학적 생각과 행동의 결과라기보다는 이런 현실적인 선택지들을 고민하고 쌓아가면서 자리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