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고르는, 그 중에 최신의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유별날 것 없이 인스타그램이다. 이렇게 접근을 한다면 광고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영화관을 찾는 것 같지만 그것보다는 인스타그램에서 지인들의 피드에 올라오는 영화게시물을 보고 영화관을 찾는다. 조금 더 압축해보자면 나와 생각이나 취향의 결이 비슷한 지인의 피드에 올라온 영화가 있다면 영화관을 찾는다.

이 영화도 그런 마음에서 시작해 봐야지봐야지 하다가 어느덧 상영종료를 코 앞에 두고야 기어이 찾아갔다. (서울에서는 이제 열려있는 관이 몇 개 없는데 지방에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주요 위치의 영화관에서는 거의 상영이 종료되었거나 애초에 상영되지 않았고 작은 영화관 그 것도 하루 1회 정도만 상영되는 곳을 찾아서 볼 수 있었다. (종합 관객이 10만이 되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두가지 반응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매일 비슷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보여주며 약간의 굴곡만이 있을 뿐이다. 그 마저도 그 굴곡들의 서사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짐작도 할 수 없다. 추리해 볼 여지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달까.

나의 경우 두번째 반응이었는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멋지다'랄까. 매일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하루에 저마다 다른 이벤트들이 주인공을 휘청하게 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면 어떤 나날이 멋진 날들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과거에 종종 '오늘이 하루 마지막날이라면 어떻게 하루를 보낼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가게를 할 즈음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여러가지 평소에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보내는 하루를 꿈꿀 때 나는 당시의 가게에서의 하루를 같은 방식으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입장에서는 아침에는 가족을 보고 출근을 해서는 좋아하는 음악과 음식을 준비하고 나의 정겨운 이들이 손님으로 와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거면 충분한 하루였다. 

예컨데, 실제로 마지막 날이 아니라, 우리가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산다는 건 어떤 반복되는 행동방식을 정하는 것이고 그 행동방식에 후회가 남지 않는 것들로 채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 채우는 것들 사이에 미래를 위한 희생이나 내일이면 후회할 것들은 담겨있지 않다. 그 이외의 것들로 하루를 채우며 루틴을 구축하는 것. 그게 완벽한 날들의 조건이 아닐까.

적어도 내가 느낀 영화와 제목의 의미는 그러하다. 주인공은 본인의 완벽한 나날들을 루틴으로 구축해놓고 매일 다양하게 일어나는 사건들에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지만 이윽고 다시 그 루틴으로 회복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것 마냥. 그 구축에 있어서 타인의 시선이나 의지보다는 자신의 관점과 생각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마지막인 것같은 나날들을 생각할 때, 이왕이면 타인의 시선과 의지는 잠시 접어두는 게 좋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서 '퍼펙트 데이'가 아닌 '퍼펙트 데이즈'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영화에서 나오는 음악들과 영화와 가수 이상순의 콜라보 음원도 들어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