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어제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스스로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갑작스레 든 생각은 아니지만 이전에는 그런 스스로에 대한 정의가 명확했다면 지금은 길을 조금 잃었다는 느낌을 계속 받습니다. 지금 상태의 문제인지 방향성을 새로 잡아야 하는 부분인지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휴식이 필요한 상태란 건 분명한 것 같지만요.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조금 하고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다양한 직업들을 거쳤습니다. 때로는 스스로를 바리스타, 바텐더, 베이커, 쉐프, 작가 등등. 이런 부분들이 저에게 있어서 장점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이 변함은 없지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각 역할의 실력과는 별개로 나 스스로는 나를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나는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고 이런 식의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 직업에서 힘든 시기가 왔을 때 다른 역할로 도망가게 되는 건 아닐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쉐프와 작가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쉐프로서의 일이 과중한 상태가 이어지다보니 작가로서의 일이 계속 제자리걸음입니다. 조금 후퇴한 건가도 싶네요. 

힘들어서 어쩔수없지라고 생각하다가도 어쩌면 마주하기 힘든 부분을 외면하고 당장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부분으로 도망가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쉬운 것만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쉐프로서 시간을 보내지만 저의 정체성을 소개할 때는 작가라는 소개를 하고 싶습니다. 조금 더 의식의 집중도를 바꿔보려고 합니다.

내일 레터는 쉬고 주말동안 의식을 좀 더 정비한 후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이번 한주도 고생많으셨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