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하는 직업을 가지면 다들 생각합니다. 음식이 얼마나 좋으면 저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을까. 뭐 그럴수도 있습니다만, 어찌 음식만 좋다고 요리사라는 직업을 선뜻 선택할 수 있을까요.
음식을 만들다보면 생각보다 몸이 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만해도 근래에 상처자국이 계속 늘어만 갑니다. 이건 현장에서 일하는 한 절대로 줄지 않는 상황이죠. 아무리 익숙해진다고 하더라도요. 그럼에도 이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이유가 다들 하나씩은 있을 겁니다.
최초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음식들을 생각해볼까요. 어렸을 적 음식에 대한 편식이나 투정이 있던 본인을 같이 떠올린다면 더 좋습니다. 그 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 어떤 음식은 피해왔는지 생각해봅시다. 아니면 본인이 누군가에게 음식을 해줬던 기억이 있다면 그 순간들을 떠올려도 좋겠지요.
어설프지만 정성을 다하는, 그 사람이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그리고 싫어하지만 주고 싶은 것 등. 여러가지 생각으로 가득 한 요리가 나옵니다. 이런 요리들은 맛의 유무를 떠나서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왕이면 맛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음식을 먹었을 때도 그런 음식을 해줄 때에도 강렬한 기억 혹은 추억으로 오래 남게 됩니다.
문명이 발달하고 SF영화에서처럼 알약 하나로 끼니가 해결되는 세상이 온다고 해도 요리사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건 잘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가끔 혹은 자주 누군가가 해주는 요리가 먹고 싶어집니다. 요리 자체를 떠나서 요리가 완성되어지는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 재료를 고르는 순간, 주방에 들어서는 장면, 재료를 손질해서 완성되어가는 모습들을 음미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반대로 누군가에게 그런 마음을 쏟고 싶습니다.
어쩌면 자주 힘들고 때려치고 싶은 순간이 오더라도 요리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지요. 자주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요리하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